위화 / 최용만 / 푸른숲 / 許三觀 賣血記 / 1996
우리가 배우는 역사에는 '우리'는 없다.
이성계가 조선을 세운 역사적인 사건에는
그 바탕이 되어 죽거나 다치거나 혹은 알게 모르게 사라진 알려지지 않은
우리 이웃들의 삶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록되지 않는다.
아쉽지만, 그런 것들이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실제적으로 할 수는 없으리라.
그래서, 나는 실재의 커다란 역사속에 사람 한 명을 딸랑 떨어뜨려서
거대한 인물을 쳐다보는 (그러니 주연급의 그 인물은 액스트라에 불과하게 된다), 그런 소설을 좋아한다.
이 허삼관이란 인물 은, 중국의 근대사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이다.
직업으로서의 매혈을 하는 빈곤층도 아니지만,
가족들을 위해 평생 몇 번의 매혈을 하는 우리나라의 가장과 같은 평범한 가장의 삶을
이 소설에서 전혀 복잡하지 않게 볼 수 있다.
잔잔한 내용이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