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사라마구 / 정영목 / 해냄 / The Stone Raft /
사라마구 아저씨의 환상 우화.
스페인과 포르투칼이 있는 이베리아 반도가 뚝! 떨어져나와
마치 닻을 잃은 배마냥 표류한다는 황당한 설정을 배경으로
인간들의 표리부동을 비웃는다.
내가 읽은 사라마구의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 역시 환타지이며, 환상 소설이고, 사회와 정치에 대한
풍자를 그득 지니면서, 인간다운 삶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고
그 희망을 절대로 잃지 않기를 - 어떠한 상황에서도 - 간절히
바라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서 절망을 벗어나길 바라는 그런
소설이다.
그의 이전의 널리 알려진 '눈뜬', '눈먼','동굴' 등등의 소설들이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거나, 인간과 그 인간이
속해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의 집단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듯,
이 소설 역시 인간과 인간, 그리고 그들이 속한 집단과 그들이
속하지 않은 다른 집단들간의 관계와 이해를 다룬다는 점에서
거의 같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그
바라보는 시점이 먼가 가까운가의 차이만 있을 뿐.
사라마구는 모두 엇비슷한 주제들을 전혀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표현하며,
희망이라는 얼핏 무거운 주제를 눈에 띌 정도로 대담하게 드러내면서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하는 빼어난 능력을
가진 작가임이 분명하다.
마침표와 쉼표만을 사용하고, 대화나 생각, 서술을 모두 한 문단안에
우겨 넣어서, 책을 펴면 오로지 글자들만이 보여 숨이 콱 막힐 듯
만들지만, 그 빈틈없는 글자들의 어울림이 만들어내는 재미는
그의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사람만이 느끼는 희열일 수 있다.
매번 느끼지만, 사라마구 아저씨는 대단대단한 양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