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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2. 31. 15:12

그것 (상) 2007. 12. 31. 15:12


스티븐 킹 / 정진영 / 황금가지 / It / 1980


공포 영화의 상영 시간은 대략 90분 언저리이고,

길어도 최대 120분을 넘지 않는 것이 통상적이다.

한 편의 공포 영화를 한 권의 공포 소설로 무리하게나마

대응을 시킨다면, 스티븐 킹의 대작 중 한 편인 '그것(It)'은

자그마치 300분(5시간 정도) 정도의 상영시간을 가진

공포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3년 간 3부작으로 개봉되었던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편당 극장 상영 시간이 200분 정도이긴 하지만, 장르의 구분이

환타지인 점을 고려한다면, 한 편의 영화 상영을 위해서는

길지만 흐름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공포 영화라면 어떨까.

300분의 시간 동안, 어스름한 저녁같은 긴장을 유지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고, 만약 영화 자체의 긴장은

어찌어찌 가까스로 유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긴장감을

관객이 유지하고 있다간 정신이상이나 심장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관객의 심신에 무리를 주지 않고 중심을 잡으면서

흥미와 공포를 함께 유지시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아마도, 스티븐 킹은 이러한 불가능에 가까우리라 생각되는

기예에 가까운 능력을 가진 살아있는 유일한 공포 소설 작가가 아닐까 생각된다.

600페이지에 가까운 제 1권에서, 아직 아무런 힌트가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을 이야기하자만, 아직 이야기의 시작도 제대로 되지 않은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심적 긴장은 계속 유지되고, 이야기는 흐트러짐없이

흘러간다. 공간과 시간, 인물, 회상이 순차적이면서 뒤섞인 상태로

공개되지만, 모든 것들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흘러가는 느낌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그 뒷목 서늘함은.

그의 전성기에 쓰여진 소설을 읽으며, 거장을 왜 거장이라 부르는 지

확!실!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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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tword